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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를 열자] ⑥ 철새 지킴이 닐 무어스
"둑 허물면 철새들이 돌아올 겁니다"
해수·담수 제대로 섞이지 않아
서식환경 악화돼 멸종 가속화
생태계 복원에 초점 맞춰

을숙도 남단에서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를 설명하고 있는 '새와 생명의 터' 닐 무어스 대표.
1991년 겨울, 영국인 닐 무어스(Nial Moores·44)는 명지갯벌에 서 있었다.

책에서만 봤던 희귀종 '적호갈매기', 그 실물을 해질녘까지 실컷 바라보는 쾌감이란!희열을 느꼈고 감탄했다. 설렘으로 겨울만 되면 부산을 찾았다. 석양을 배경으로 떼지어 나는 재두루미의 장관은 덤이었다. 그의 고향 리버풀 해안에서 흔한 민물도요, 붉은가슴도요가 군무를 추는 곳. 대자연과 하나된 그곳에선 '외국인'이 아니었다. 하릴없이 갯벌에 있다가 지금은 사라진 군 경계병들에 의해 쫓겨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적호갈매기 월동지는 국제적인 수수께끼였는데, 80년 중반 낙동강 하구에서 처음 관찰됐죠. 매년 부산에서 수십 마리씩 탐조할 수 있었는데, 개체 수가 점점 줄었어요. 그러다 지난 겨울 처음으로 보지 못했어요."



표정이 어두워졌다. 개체 수가 80% 감소한 '좀도요', 2만마리씩 관찰되다가 1천마리 미만으로 준 '넓적부리도요', 그리고 '학도요''저어새' 등등. 하구둑 축조 이후 17년간 낙동강 하구 철새들의 멸종위기를 목격한 조류전문가의 쓰라림이 묻어났다.

새들이 떠나버린 데 대한 진단은 간단했다. 서식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것.

"낙동강 하구둑은 담수와 해수를 단절합니다. 민물과 짠물이 섞이지 않으면 풍부한 수생태계, 갯벌의 생물다양성은 줄어들죠. 매립과 개발로 많은 갯벌이 사라졌습니다. 먹잇감이 사라지니 새들이 올 리 없죠. 새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연결된 생태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낙동강 하구를 열자' 시리즈를 준비하던 6월 중순.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를 17년간 지켜온 영국인이 있다는 말에 귀를 의심하며 어렵게 연락을 취해 을숙도에서 만났다.

그가 건넨 명함엔 '새와 생명의 터 대표'라고 소개돼 있었다. 사무실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 광안대교 인근.

"왜 외국인이 부산에 살면서 철새보호운동을 하나?"라는 의문이 꿈틀거렸다. 그의 이력부터 물었다.

'영국 리버풀 북쪽 사우스포트 63년 출생. 영국에서 고교 교사를 하다 90년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가 영어강사와 습지보호운동 병행. 생태설계 석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 습지의 매력에 빠져 98년 한국 정착.'

한국에서 가장 먼저 습지보전연대에 들어갔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외국인 전업 NGO 활동가가 됐다. 그와 함께 일했던 활동가들은 발이 부르트도록 전국을 누비는, 눈이 아닌 발로 탐조하는 부지런함에 혀를 내두른다. 새를 보는 눈은 탁월했고 국내에 끼친 영향도 컸다.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그에게서 새를 보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그는 부산 활동가들과 함께 '습지와새들의친구'를 만들고,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를 짓기 전 을숙도 환경복원에 참여했다.

그 후 '새와 생명의 터'(www.birdskorea.or.kr)를 설립해 도요새 모니터링을 위한 국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새만금, 아산만, 영종도, 강화도, 광양만, 순천만 등 습지가 있고 철새가 있는 전국을 종횡무진한다.

"새는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어요. 새가 살지 못하면 사람도 살기 힘든 것이 된다는 뜻이에요."

새만금과 명지대교 등 한국에 있는 9년 동안 수많은 환경파괴를 목격해서인지 뼈있는 말을 던졌다.

"한국 사람들은 자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왜 자손들에게 영원히 물려줄 환경에 대한 투자를 외면합니까?"

생태계의 보고이자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며, 대도시에 둘러싸여 접근이 수월한 낙동강 하구.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며 아름다운 이곳이 왜 개발로 멍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 자연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요. 많은 나라에서 탐조는 대중적인 취미입니다. 미국의 탐조인구가 4천600만명이고, 영국에서도 야외 취미활동 1위가 탐조예요. 영국의 탐조 관광객을 낙동강 하구에 안내한 적이 있는데, 모두 '원더풀'을 연발했습니다. 도심 가까이 이처럼 아름다운 모래섬과 풍부한 생태계를 갖춘 곳은 드뭅니다." 생태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고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낙동강 하구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단호했다.

"수문을 열어 물이 소통되도록 해야 합니다. 해수와 담수가 자연스럽게 섞여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에게, 소망을 물었더니,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가 복원된다는 보고를 국제회의에 발표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 끝 -

김승일기자 dojune@ /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입력시간: 2007. 07.14. 09:54